어부(魚賦-물고기에 대한 감상문) - 이옥
[본문 해석] 물이 하나의 국가라면, 용은 그 나라의 군주이다.(비유, 유추) 어족(魚族) 가운데 큰 것으로 고래, 곤어, 바닷장어 같은 것은 그 군주를 안팎에서 모시는 여러 신하이다. 그 다음으로 메기, 잉어, 다랑어, 자가사리 종류는 서리나 아전(하급관리)의 무리이다. 그 밖 에 크기가 한 자가 못 되는 것은 수국(水國)의 만백성들이다. 그 상하에 서로 차서(次序-차례)가 있고 대소(大小)에 서로 거느림이 있는 것은(큰 놈이 작은 놈을 통솔하는 것은) 또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설의법-사람의 세계와 같음, 유추)
이 때문에 용이 그 나라를 경영함에 가물어 물이 마르면 반드시 비를 내려 이어주고, 사람들이 물고기 씨를 말릴까 염려하여 큰 물결을 겹쳐 일어나게 하여 덮어 주니 그것이 물고기에게는 은혜가 아닌 것은 아니다.(이중부정-강한 긍정, 큰 은혜임. 작고 연약한 물고기들 을 지켜주는 용의 이러한 모습은 백성을 정성을 다해 돌보는 임금의 모습과 비슷함)
하지만 물고기(백성)에게 자애로운 것은 한 마리 용뿐이고, 물고기를 학대하는 것은 수많은 큰 물고기들(높은 벼슬아치)이다. 고래들은 조류를 따라가며 들이마셔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일을 자신의 시서(詩書 - 글의 소재)로 삼고,(비유, 고래가 작은 물고기를 시나 글의 소재 정도로 가볍게 생각함) 교룡, 악어는 물결을 다투어 삼키고 씹어 먹어 작은 물고기를 거친 땅의 농사일로 삼으며,(비유,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작은 물고기를 함부로 부려먹으며, 농사일을 시킴) 문절망둑, 쏘가리, 드렁허리, 가물치 족속은 틈을 타서 발동을 해서(큰 물고기와 중간 물고기의 눈 치를 보고 빈틈을 노려) 작은 물고기를 은과 옥으로 삼는다.(백성들을 괴롭혀 자신들의 물질적인 욕심을 채움) 강자는 약자를 삼키고 지위가 높은 것은 아랫것을 약탈하니, 진실로 강한 자, 높은 자가 그러한 행위를 싫증 내지 않는다면 작은 물고기들은 반드시 남아나지 않 을 것이다.
슬프다!(영탄, 필자의 감정을 직접 표출) 작은 물고기가 없다면 용은 누구와 더불어 군주 노릇을 하며, 저 큰 물고기들이 또한 어찌 으스댈 수 있겠는가?(설의법-임금과 관리들의 근본이 백성에게 있음을 강조) 그러므로 용의 도(道)란 작은 물고기에게 구구한(가늘고 작은) 은혜를 베풀어 주는 것보다, 차라리 먼저 그들을 해치는 족속들을 물리치는 것만 못하리라!(주제-명시적)
아아, 사람들은 물고기에게만 큰 물고기가 있는 줄 알고 사람에게도 큰 물고기가 있는 줄을 알지 못하니, 물고기가 사람을 슬퍼하는 것이 사람이 물고기를 슬퍼하는 것보다 심하지 않다고 하랴?(설의법-백성들이 물고기보다 더 살기 어렵고 고달픔, 부정적 현실에 대한 비판)
[핵심 정리]
성격: 우의적, 유추, 현실 비판적 ‘사상적 배경: 민본주의( 民本主義)
특징 : 자연생태계(물고기의 세계)의 먹이 사슬 구조(크기와 그에 따른 힘)에 따른 약육강식(弱肉强食)구조를 통하여 인간의 세계의 모습을 우의적으로 풍자
주제: 백성을 핍박하는 관료사회 비판과 백성을 바라보는 왕의 바른 태도
[이해와 감상] ‘물’을 ‘국가’, '용’을 그 나라의 군주로 비유한 뒤 어족을 크기에 따라 나눠 신하 및 아전, 백성에 비유하여 '용’, 즉 군주가 나라를 잘 다스리고자 하나 ‘수많은 큰 물고기’, 즉 조정 신하와 아전들이 ‘작은 물고기’를 한없이 괴롭히고 만다. 즉 강자는 약자를 삼키 고 지위가 높은 것은 아랫것을 사로잡는 현실을, 즉 백성들을 핍박하는 신하와 아전들을 우의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글쓴이는 백성의 존재가 군주를 있게 함을 강조하며 백성에게 은혜를 내리기에 앞서 백성을 해치는 족속들을 물리칠 것을 청하고 있다. 임금이 아무리 백성을 잘 돌보고 있다 한들 임금 밑의 크고 작은 벼슬아치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이상 백 성들의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백성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임금이라면 다른 어떤 일보다도 욕심에 눈먼 신하들을 엄히 다스리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함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