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9 21:45

이강백의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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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

               이강백

    

:: 감상 

   이리와 소년에 대한 우화(寓話)는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소년은 거짓 소문을 퍼뜨려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골탕 먹인다. 마을 사람들은 정작 이리가 나타났을 때에는 소년의 말을 듣지 않아 큰 피해를 입는다. 이 작품은 우화를 빌려 진실의 왜곡이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재앙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결말에서는 소년이 촌장의 설득을 받아들여 스스로 거짓 보고에 앞장 서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처럼 거짓의 길을 선택한 소년 파수꾼의 처지에 연민과 분노를 느끼고, 진실을 용기 있게 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진실을 용기 있게 외치는 고통보다는 지배자의 달콤한 유혹을 선택하는 소년의 모습이 극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우화적 기법은 겉으로 표현되어 있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나 내용을 상징적으로 함축해 준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올바른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이리 떼의 습격을 미리 알리기 위해 세 명의 파수꾼이 망루에서 들판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새로 파견된 파수꾼 ''는 이리 떼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떼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파수꾼들을 이상스럽게 생각한다. 소년은 이리 떼가 없다는 사실을 알려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마을의 촌장이 나타나 소년을 설득한다. 촌장은 사실은 이리 떼가 없지만, 이리 떼가 나타난다는 거짓 정보도 때로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소년에게 말한다. 소년은 다시금 제자리에서 이리 떼가 나타났다는 신호인 양철북을 두드리는 일을 하게 된다.

    

성격 : 현실풍자적, 교훈적

주제 : 진실을 향한 열망

 

:: 파수꾼 전문

 

등장 인물

해설자, 파수꾼 가, 파수꾼 나(노인), 파수꾼 다(소년)

 

파수꾼 ''는 확신 있게 양철북을 두드린다. ''는 여느 때와는 달리 침착하게 일어선다. 그리고 담요를 벗어 네모 반듯하게 갠 다음 식탁 위에 놓는다. 그는 북을 두드리는 나를 바라보면서 몹시 안타까운 표정이 된다.

 

촌장 : 얘야, 이리 떼는 처음부터 없었다. 없는 걸 좀 두려워한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나쁘다는 거냐? 지금까지 단 한 사람도 이리에게 물리지 않았단다. 마을은 늘 안전했어.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 떼에 대항하기 위해서 단결했다. 그들은 질서를 만든 거야. 질서, 그게 뭔지 넌 알기나 하니? 모를 거야, 너는. 그건 마을을 지켜 주는 거란다. 물론 저 충직한 파수꾼에겐 미안해. 수천개의 쓸모 없는 덫들을 보살피고 양철북을 요란하게 두들겼다. 허나 말이다. 그의 일생이 그저 헛되다고만 할 순 없어. 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고귀하게 희생한 거야. 난 네가 이러한 것들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만약 네가 새벽에 보았다는 구름만을 고집한다면, 이런 것들은 모두 허사가 된다. 저 파수꾼은 늙도록 헛북이나 친 것이 되구, 마을의 질서는 무너져 버 린다. 얘야, 넌 이렇게 모든 걸 헛되게 하고 싶진 않겠지?

: 왜 제가 헛된 짓을 해요? 제가 본 흰구름은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저는 그걸 보여 주려는 겁니다. 이제 곧 마을 사람들이 온다죠? 잘 됐어요. 저는 망루 위에 올라가서 외치겠어요.

촌장 : 뭐라구?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킨 후에 웃으며) 사실 우습기도 해. 이리 떼? 그게 뭐냐? 있지도 않는 그걸 이 황야에 가득 길러 놓구, 마을엔 가시 울타리를 둘렀다. 망루도 세웠구, 양철북도 두들기구, 마을 사람들은 무서워서 떨기도 한다. 아하, 언제부터 네가 이런 거짓놀이에 익숙해졌는지 모른다만, 나도 알고는 있지. 이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이다.

: 그럼 촌장님, 저와 같이 망루 위에 올라가요. 그리구 함께 외치세요.

촌장 : 그래, 외치마.

: , 이젠 됐어요!

촌장 : (혼자말처럼) …… 그러나 잘 될까? 흰구름, 허공에 뜬 그것만 가지구 마을이 잘 유지될까? 오히려 이리 떼가 더 좋은 건 아닐지 몰라.

: 뭘 망설이시죠?

촌장 : 아냐. 아무 것두……난 아직 안심이 안 돼서 그래. (온화한 얼굴에서 혀가 낼름 나왔다가 들어간다.) 지금 사람들은 도끼까지 들구 온다잖니? 망루를 부순 다음엔 속은 것에 더욱 화를 낼 거야! 아마 날 죽이려구 덤빌지도 몰라. 아니 꼭 그럴 거다. 그럼 뭐냐? 지금까진 이리에게 물려 죽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는데, 흰구름의 첫날 살인이 벌어진다.

: 살인이라구요?

촌장 : 그래, 살인이지. (난폭하게) 생각해 보렴, 도끼에 찍힌 내 모습을. 피가 샘솟듯 흘러내릴 거다. 끔직해. , 너는 그런 꼴이 되길 바라고 있지?

: 아니에요, 그건!

촌장 : 아니라구? 그렇지만 내가 변명할 시간이 어디 있니? 난 마을 사람들에게 왜 이리 떼를 만들었는지, 그걸 알려 줘야 해. 그럼 그들도 날 이해해 줄거야.

: 네 그렇게 말씀하세요.

촌장 : 허나 내가 말할 틈이 없다. 사람들이 오면, 넌 흰구름이라 외칠 거구, 사람들은 분노하여 도끼를 휘두를 테구, 그럼 나는, 나는…… (은밀한 목소리로) , 네가 본 그 흰구름 있잖니, 그건 내일이면 사라지고 없는 거냐?

: 아뇨. 그렇지만 난 오늘 외치구 싶어요.

촌장 : 그것 봐. 넌 내 피를 보고 싶은 거야. 더구나 더 나쁜 건, 넌 흰구름을 믿지도 않아. 내일이면 변할 것 같으니까, 오늘 꼭 외치려구 그러는 거지. 아하, 넌 네가 본 그 아름다운 걸 믿지도 않는구나!

: (창백해지며) 그건, 그건 아니에요!

촌장 : 그래? 그럼 너는 내일까지 기다려야 해. (괴로워하는 파수꾼 다를 껴안으며) 오늘은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나도 내일은 너를 따라 흰구름이라 외칠테니.

: 꼭 약속하시는 거죠?

촌장 : 물론 약속하지.

: 정말이죠. 정말?

촌장 : 그럼. 정말 약속한다니까.

 

파수꾼 나가 들어온다.

 

: 또 헛치었습니다. 이리는 워낙 교활해서요. 친 것 같아도 가 보면 달아나구 없어요.

촌장 : 다음에는 꼭 잡히겠지요.

: 미안합니다. 이번에 잡았더라면 그 껍질을 촌장님께 선사하구 싶었는데…….

촌장 : 받은 거나 다름없이 감사합니다.

: (촌장에게 안겨 있는 다를 가리키며) 그 앤 지금 몹시 아픕니다.

촌장 : , 열이 있는 것 같군요.

: 간밤에 담요를 덮지 않아서 병이 났어요.

촌장 : 이만한 나이 때 누구나 한 번씩은 앓는 병이겠지요.

: 내 잘못이었어요. 담요를 꼭 덮어 줘야 하는 건데.(다에게) 얘야, 난 널 좋아해. 아픈 것 빨리 좀 나아 주렴.

: (힘없이 웃으며)……고마워요.

: (관객석 쪽으로 돌아서다가, 흠칫 놀라며) 웬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오죠?

촌장 : 마을 사람들이지요.

: 마을 사람들요?

촌장 : (관객들을 향해) 어서 오십시시오, 주민 여러분. 이 애가 그 말을 꺼낸 파수군입니다. 저기 방긋 웃고 있는 식량 운반인. 이 애가 틀림없지요? . 그렇다고 확인했습니다. 이리 떼인지 이니면 흰구름인지, 직접 이 아이의 입을 통하여 들어 봅시다.

파수꾼 다, 쓰러질 것 같은 걸음으로 망루를 향해 걸어간다. 나가 근심스럽게 쫓아간다.

: 얘야, 괜찮겠니?

: …… .

: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구나. 넌 이리 떼란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겁쟁인데. 망루 위에 올라가서 엎드리면 안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널 보러 오지 않았니? 얼마나 큰 영광이냐. 이 기회에 말이다, 넌 너 자신이 파수꾼이라는 걸 힘껏 자랑해야 한다. 알았지, ?

촌장 그만 올라가게 하십시오.

파수꾼 다는 망루 위에 올라간다. 긴 침묵. 마침내 부르짖는다.

: 이리 떼다! 이리 떼가 몰려온다!

파수꾼 가의 손이 번쩍 들려지며 그도 외친다. 파수꾼 나는 신이 나서 양철북을 두드린다. 북소리, 한동안 계속된다.

: 북소리 중지! 이리 떼는 물러갔다.

촌장 : 주민 여러분! 이것으로 진상은 밝혀졌습니다. 흰구름은 없으며 이리 떼 뿐입니다. 이 망루는 영구히 유지되어야겠지요. 양철북도 계속 쳐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다음 이리의 습격 때까진 잠시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그 틈을 이용하여 돌아가십시오. 가시거든 마을 광장에 다시 모이시기 바랍니다. 수다쟁이 운반인의 처벌을 논의합시다. 그럼 어서 돌아가십시오. 이리 떼가 여러분을 물어뜯으러 옵니다.

 

망루 위에서 파수꾼 다가 내려온다.

 

: 난 네가 이렇게 용감해질 줄은 몰랐구나.

촌장 : 고맙다. 정말 잘해 주었다.

: 아냐, 난 몰랐던 건 아니었어. 넌 나에게 용감한 사람이 되마구 약속하질 않았니? 난 그 때 이미 알아본거야, 넌 꼭 훌륭한 파수꾼이 될 거라구.

촌장 : , 나 좀 보자. (한갓진 곳으로 데리고 가서) 너한테는 안됐다만, 넌 이 곳에서 일생을 지내야 한다.

: …… ?

촌장 : 마을엔 오지 말아라.

: (침묵)

바람 부는 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촌장 : 난 저 사람들이 싫어. 내 마음은 너와 함께 딸기 따기에 가 있다. 넌 내 추억이야. 너에게는 내가 늘 그리워하던 것이 있다.

사이.

촌장 : …… 하지만, 여긴 너무 쓸쓸해.

사이.

촌장 ……미안하다.

사이.

촌장 : 그럼 잘 있거라.

: 가시려구요, 촌장님?

촌장 :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 제가 저만큼 바래다 드리지요. 덫도 좀 살펴볼 겸 해서요. (함께 걸어가며) 그런데 말 입니다, 양철북을 치던 내 모습이 멋있지 않던가요?

 

촌장과 파수꾼 나, 퇴장한다. 바람소리만이 더욱 거칠어진다. 잠시 후, 망루 위의 파수꾼이 '이리 떼다!' 외친다. 파수꾼 다는 조용히 양철북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


예전 어디선가 퍼온 자료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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