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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의 팡세에 나오는 말.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이 시를 읽을 때 팡세의 말이 생각난다. 그런데 시인은 차라리 밑둥 잘리고 고통에게로 가자. 누군가를 나를 고통스럽게 하기 전에 그 고통에게로 가자고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흔한 말과는 조금 다르다.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고 한다.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고 그 아래서는 살맞대고 가자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럼에도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 시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은 개울도 있고 등불도 켜지듯 그렇게 있다. 가자라는 처연하다. 와라 고통이여로 읽힌다. 와라 고통아. 어디라도 해가 지더라도 가자. 그리고 향한 곳은 뿌리 깊은 벌판이다. 이곳에 서면 밑둥 잘려도 새순이 돋는다. 영원한 슬픔은 없다. 캄캄한 밤, 같은 상황에 어느 누가 내 손을 잡을 줄 것이라는 믿음. 믿음은 사람을 살게 한다.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고정희의 이 시는 시대배경으로 볼 때 광주 5.18, 독재시절, 현대사회의 고통받는 사람들 등의 다양한 해석도 가능할 것이다.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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