玉欄干(옥난간) 긴긴 날의 보아도 다 못 보아,
옥난간에서
紗窓(사창)을 半開(반개)하고 叉鬟(차환)을 불너내여,
여자 방의 비단 창문 계집종
다 핀 을 캐여다가 繡箱子(수상자)에 다마노코,
수 놓는 도구를 넣어 둔 상자 보관
女工(여공)을 긋친 후의 中堂(중당)에 밤이 깁고,
바느질 안채
蠟燭(납촉)이 발갓을 제, 나옴나옴 고초 안자,
촛불 차츰차츰(천천히) 꼿꼿이(바로)
흰 구슬을 가라마아 氷玉(빙옥) 한 손 가온데
백반을 갈아 얼음과 옥 같이 고운
爛漫(난만)이 개여내여,
흠뻑(선명히)
波斯國(파사국) 저 諸侯(제후)의 紅珊宮(홍산궁)을 혀쳣난 닷,
페르시아 붉은 산호 궁궐
深宮風流(심궁 풍류) 절고의 紅守宮(홍수궁)을 마아난 닷,
깊은 궁궐 절구 붉은 도마뱀 빻아놓은
纖纖(섬섬)한 十指上(십지상)에 수실로 가마내니,
가늘고 고운 열손가락에 수놓는 실
조희 우희 불근 물이 微微(미미)히 숨의난 양,
희미하게(조금씩) 숨어드는 양
佳人(가인)의 얏흔 의 紅露(홍로)를 끼쳣난 닷,
미인 붉은 이슬 어린 듯(뿌린 듯)
단단히 봉한 모양 春羅玉字(춘라옥자) 一封書(일봉서)를
묶은 비단에 옥으로 쓴 글자 (가 있는) 편지
王母(왕모)에게 부쳣난 닷.
서왕모(신화 속의 선녀)
春眠(춘면)을 늣초 여 차례로 푸러 노코,
봄잠 (열 손가락을)
玉鏡臺(옥경대)를 데하여서 八字眉(팔자미)를 그리랴니,
거울 대하여(앞에서) 팔자 눈썹
난데업난 불근 꽃이 가지에 부텃난 닷
손아로 우희랴니 紛紛(분분)이 흣터지고,
잡으려니 어지럽게
입으로 불랴 하니 셧 안개 가리왓다.
섞인 안개(서린 입김)
女伴(여반) 셔로 불너 朗朗(낭랑)이 자랑하고,
여자 친구 명랑하게(즐겁이)
압희 나아가서 두 빗 比較(비교)하니,
봉선화와 손톱의 색
닙희 푸른 물이 쪽의여서 푸르단 말이 아니 오랄손가.
(나온) 쪽빛 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을 설의법으로 표현
손가락에 물든 빛이 실제 가지에 핀 봉선화보다 아름다움
은근이 풀을 매고 도라와 누엇더니,
풀로 묶고
綠衣紅裳(녹의홍상) 一女子(일녀자)가 飄然(표연)이 압희 와서,
푸른 저고리 붉은 치마를 입은 봉선화(의인법) 홀연히
웃난 닷 기난 닷 謝禮(사례)난 닷 下直(하직)난 닷,
찡그리는 듯 고마움을 전하는 듯
朦朧(몽롱)이 잠을 깨여 丁寧(정녕)이 생각하니,
어렴풋이 곰곰히
아마도 귀신이 내게 와 下直(하직)한다.
봉선화 꽃 귀신
繡戶(수호)를 급히 열고 꽃슈풀을 졍검하니
수놓은 방장으로 가린 문 살펴보니
우희 불근 꽃이 가득히 繡(수)노핫다.
낙화
黯黯(암암)이 슬허하고 낫낫티 주어다마
마음이 상해 시무룩하여
다려 말 부치데 그데난 恨(한)티 마소.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꽃을 위로(의인법)
歲歲年年(세세 년년)의 꽃빗찬 依舊(의구)하니,
해마다 옛날과 같으니
허믈며 그데 자최 내 손에 머믈럿지.
더구나
東園(동원)의 桃李花(도리화)난 片時春(편시춘)을 자랑 마소.
동산 잠깐 지나가는 봄
二十番(이십 번) 꽃바람의 寂寞(적막)히 러진달
스무 번 적막하게
뉘라서 슬허할고.
슬퍼하겠는가
閨中(규중)에 남은 因緣(인연) 그데 한몸 뿐이로세.
봉선화와의 인연
鳳仙花(봉선화) 이 일홈을 뉘라서 지어낸고 일로 하야 지어서라.
이렇게 해서 수미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