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문자전(廣文者傳) - 박지원
줄거리
원래 광문은 종로 네거리를 다니며 구걸하는 걸인이었는데, 여러 걸인들이 그를 추대하여 두목으로 삼아 소굴을 지키게 하였다. 어느 겨울밤 걸인 하나가 병이 들어 않다가 갑자기 죽게 되자, 이를 광문이 죽인 것으로 의심하여 쫓아낸다. 그는 마을에 들어가 숨으려 하지만 주인에게 발각되어 도둑으로 몰렸는데, 그의 말이 너무나 순박하여 풀려난다. 그는 주인에게 거적 한 닢을 얻어 수표교 걸인의 시체를 가지고 있던 기적으로 잘 싸서 서문 밖에 장사지내 준다. 그런데 전에 숨으러 들어갔던 집주인이 계속 그를 미행하고 있었는데, 광문으로부터 그 동안의 내력을 듣고는 가상히 여겨 그를 어떤 약방에 추천하여 일자리를 마련해준다. 어느 날 약방에서 돈이 없어져 광문이 또 다시 의심받게 되나, 며칠 뒤 약방 주인의 처 이질이 가져간 사실이 드러나 광문의 무고함이 밝혀진다. 주인은 광문이 의심을 받고도 별로 변명함이 없음을 가상히 여겨 크게 사과한 뒤, 자기 친구들에게 널리 광문의 사람됨을 퍼뜨려 장안사람 모두가 광문과 그 주인을 칭송하게 된다.
핵심 정리
▶ 작가 : 박지원 ▶ 연대 : 18세기말 ▶ 성격 : 풍자적 ▶ 시점 : 전지적 작가시점 ▶ 형식 : 한문소설, 단편소설, 풍자소설 ▶ 주제 : 권모술수가 판을 치던 당시의 양반사회를 은근히 풍자 ▶ 출전 : 방경각외전
이해와 감상
한문 단편소설. 작자는 조선 정조 때 실학자 박지원이다.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서광문전후(書廣文傳後)>와 함께 박지원의 (연암집(燕巖集)) 방경각외전에 실려 있다. 저작 연대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1754년경 18세 무렵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책의 서문에서 그가 18세 때 병을 얻어 밤이면 문하의 옛 청지기들을 불러 여염의 기이한 일들을 즐겨 듣곤 하였는데, 대개 광문에 관한 이야기였다고 한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여항인(閭巷人)의 기이한 일을 끌어 와서 풍교(風敎)에 쓰려고 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인정 있고 정직하고 소탈한 새로운 인간상을 부각시키려고 하였는데, 작가가 살고 있던 당시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한 사실주의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유원(李裕元)의 <춘명일사(春明逸事)>에 나오는 <장도령전>과도 통하여 당시 이런 이야기가 민간에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에 관하여 작가는 그 서문에서 "광문은 궁한 걸인으로서 그 명성이 실상보다 훨씬 더 컸다. 즉, 실제 모습(실상)은 더럽고 추하여 보잘것없었지만, 그의 성품과 행적으로 나타난 모습(명성)은 참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원래 세상에서 명성 얻기를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마침내 형벌을 면하지 못하였다. 하물며 도둑질로 명성을 훔치고, 돈으로 산 가짜 명성을 가지고 다툴 일인가."라 하여, 당시 양반을 사고 판 어지러운 세태를 꾸짖었다.
이해와 감상
한국의 고대소설. 한문으로 된 일종의 풍자소설로, 조선 후기의 학자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비천한 거지인 광문의 순진성과 거짓 없는 인격을 그려 양반이나 서민이나 인간은 똑같다는 것을 강조하고 권모술수가 판을 치던 당시의 양반사회를 은근히 풍자한 작품이다. 《연암외집(燕巖外集)》 <방경각외전(放r閣外傳)>에 수록되어 있다.
광문자전의 주인공 '광문'은 '일찍이 종로거리로 빌어먹으며 다니는 거지이기는 하나 의리가 있고 정이 있으며 남달리 소탈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소설은 이러한 광문을 중심으로 여러 거지 아이들의 생활, 그들 사이의 인정깊은 인간관계를 실감있게 묘사하면서 그들은 비록 헐벗고 굶주리고 세상에 버림받은 존재이기는 하나 실상은 의리와 인정미를 지닌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인간에 대한 이러한 문제를 초점으로 하여 주인공 광문을 비롯한 불쌍한 아이들이 서로 돕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엮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