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와 몸과 마음을 모두 다 해서 아프지 않을 수 있는 곳은 없다.
머리카락에서부터 발바닥까지 모두 병명을 가지고 있다. 얼마동안이나 병원을 찾아 다녔다. 나는 아팠지만 의사선생님은 나는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프다고 하니까 무슨 약을 쥐어주고는 돌려 보냈다. 그러면 나는 플라시보 효과에 기대어 아프지 않은 척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가기 싫은 병원을 여기저기 다녔고, 훌륭하신 의사 선생님들은 나의 마음까지 살펴서 같은 검사를 또하고 또하고 그랬다. 나는 그런 병원을 갈 때마다 할머니의 말씀이 떠 오른다. 병원은 나을 만하면 아픈 약을 주고, 나을 만하면 아픈 약을 주고 해서 돈을 번다는.
머리가 아픈 것은 조금 빨리 사라지고 몸이 아픈 것은 조금 더디게 사라지고 마음이 아픈 것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통증에 친숙해하면서 알게 된다.
마이클 니먼의 음악이 따가운 점심 무렵에 나를 아프게 했다. 찾아보니 이 곳에 2015년 이 음악을 올렸던 적이 있다. 벌써 10년 전이다. 글을 쓰지 못하고, 글을 쓰지 않고 있던 나를 아프게 한 이 음악을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썼던 글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도 모자라고 부끄러워 그만 둔 글들이, 그래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그런 나의 글들이 새삼 괴롭게 한다.
옅은 검은색부터 짙푸른 푸른색과 노란색이 번져 붉게 물드는 석양이 이렇다. 그 시간은 아름답지만 짧고, 볼 수 있는 때도 드물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나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알고 있는 사실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참 혼란스럽다.
아주 예전에는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설렁탕집 부분을 중얼거리며 낄낄거렸지만, 요즘은 종종 그 시의 끝부분을 중얼거리며 발 밑 개미들을 들여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