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한 달치 약을 처방받은 적이 있다. 난 도저히 그 약을 정확하게 한 달 동안 다 먹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 날은 아침을 빼먹고 어느 날은 점심을, 그리고 다른 날엔 술을 먹느라 저녁약을 건너뛴다. 그럼에도 겨우겨우 다 먹기는 하는데, 약효는 어떨까 모르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을 샀다. 그런데 한 달치의 약을 먹을 때처럼 참 슬프고 질기게도 아주 드문드문 책을 읽고 있다. 그래도 난 이 작가의 글을 읽을 때, 그 서사와는 무관하게 감성과 이미지가 그려지는 일이 너무 마음에 든다.
환절기의 나무들은 모든 바람을 따라갈듯 바람이 불 때마다 바람 가는 곳으로 크게 휘청이며 기울인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