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6 21:27

신경림의 농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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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무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가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중략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이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개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창작과 비평 가을호, 1971)

 

 

●작품의 해제

 

○성격 : 사실적, 묘사적

○제재 : 농무(農舞)

○주제 : 농민들의 한과 고뇌

 

●작품의 감상

 

 농무(農舞)가 농민들의 춤이라면 그 춤에는 가락이 따르게 마련이다. 이 시에서 춤과 가락은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짓는 농민의 발버둥치는 모습으로, 원통하고 답답한 심정의 발로(發露)이다.

  막이 올랐다로 시작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로 시작되는 것은 이 시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도 농민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예고임을 눈치채게 되리라.

  서사적인 골격이 분명하지 않지만, 이 작품의 전개는 일정한 이야기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윤영천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그의 시의 이야기적 성격은 10여 년의 침묵 끝에 이루어낸 ‘역사와 사회에 대한 시인 의식의 성장과 긴밀한 연관을 지니는 것’이다. 70년대의 급격한 산업화 과정 속에서 분해되어 가는 농촌의 모습을 떠올려 주는 이 시에서 농민이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여러 구절에서 감지된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든지, ‘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같은 구절이 그것이다. 이러한 감정 토로는 매우 직설적이어서 차라리 산문적인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것은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는 표현이다. 자조(自嘲)와 한탄이 ‘신명’으로 전환되는데, 여기에는 분노의 감정이 살의가 느껴질 정도로 섬뜩하게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농민의 비애가 그만큼 심화되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준다고 하겠다.

 

1. 이 시에서 현실에 대한 분노가 역설적으로 드러난, 연속된 두 시행을 찾아 쓰라.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2. 이 시가 ‘막이 올랐다’로 시작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로 시작되는 것은 시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60자 내외로 쓰라.

 ▶농무가 두렛일의 흥겨움보다는 농민의 자조적인 한탄과 원한의 몸짓임을 나타내기 위한 예고의 의미를 지닌다.

 

3. 이 시의 내용을 볼 때, 농민들은 농무를 추면서 무엇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겠는가? 한 문장으로  쓰라.

 ▶농민들은 농무를 추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비판과 저항 등을 발산한다고 볼 수 있다.

 

4. 농악패를 이루고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이 시에 나오는 한 시구를 이용하여 답하라.

 ▶피폐해진 농촌에서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를 지으며 살아 보려고 발버둥질치던 농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