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증발
아침에 벌컥 마신 가을을 난 참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미 와 있다는 우주의 가을은, 세상 모든 바람의 세포들이 나에게 다가올 때, 나는 가을보다 먼저 차가워져 떨어져 내렸다 강원도에는 하루에 몇 번, 나의 마음이 여행을 한다 거기에는 나의 웃음도 우울함도 모두 있었다 어쩌면 너무 쉽게 갈 수 있는 달나라처럼, 돌아오지 않고, 강릉 바다로 누워 있고 싶었다 네가 그곳으로 가고 가을이 왔다 가을이 온다는 것은, 너도 오고 바다도 오고 산도 온다는 것이다 먼저 말하지 못하는, 혼자, 모아도 모아도 사라지는 가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