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힘
여름이 지쳐갈 무렵 주머니에서 작년에 넣어 두었던 가을을 다시 꺼냈다
펼쳐지는 가을에는 너무 외롭지 않게
어머니도 있고 너도 있었다
어머니가 뽑아들던 무가 하늘처럼 파랗도록
비가 내리고 그래도 조금만 그립도록
찾아온 너도 거미줄 이슬처럼 매달려
낙엽처럼 이별 메시지가 여전히 떨어져 내리는
가을비 속에는 아팠던 모두가
울지 못했던 시절의 그림자처럼 앉아 있었다
내가 함께 했던 사람들이 수 없는 별들로 어둠 뒤에 숨어
알게 되는 아픔도 싫지만
알지 못해서 없는 것으로 알고 지내는 것도 싫다는
소리는 너의 힘이었고 너는 슬픈 밤이었고
가을은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