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환자가 의사와 상담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우울함과 자괴감, 자꾸 아주 작은 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괴로움 등에 이야기를 했다. 의사는 대부분 듣거나 간단한 질문만 하곤 했다. 그럴 땐 어떻게 하셨어요? 왜 그런 감정을 느낄까요? 혹시 그럴 만한 일들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대부분 이런 질문들이었다.그렇게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환자는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환자는 의사에게 가끔씩은 이런 제 모습에 화가 나기도 한다라고 말을 했다.
의사는 잠깐 동안 말을 멈추더니, 아주 희미한 웃음을 -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 지으면서 많이 좋아지셨네요 이렇게 말을 건넸다. 환자는 그 말의 의미를 곧 알아차렸다. 화를 낼 수 있다는 것, 무엇인가에 분노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였다.
환자 대부분은 스스로에게 짜증을 내거나 위축되거나 무기력하거나 눈치를 보거나 괴로워하거나 힘들거나 지겨워하는 일들이 대부분인데, 분노를 한다는 것은 그 상황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분노를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부정적인 감정이나 요소들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히 그러나 거칠게 분노하고 싶다.
세상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어둡거나 밝은 것들에 대해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