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하지 않는 두려움
우리는 실재하지 않는 두려움을 느낄 때가 많다. 혼자 길을 가다가 괜한 두려움에 빠지거나 공포영화를 보면서 실재하지 않는 - 화면 속에만 존재하는 두려움에 겁을 먹기도 한다.
누군가는 절대 단연코 일어나지 않는, 기우이며 두려움이라고 말하지만,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당장 무슨 일인가 일어날 것만 같고 또 그 일이 막연함에도 불구하고 점점 두려움이나 공포는 뚜렷하고 커짐을 느끼게 된다. 그런 두려움을 느낄 수록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어서 점점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고 실제로 죽을 것만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곁에 누군가가 이 과정을 지켜 본다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사람에게는 아무 것도 위협을 가하는 것이 없으며, 전혀 그런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원의 우리 안에 사자가 있다. 그 사자가 실제로 밖으로 뛰쳐나와 나를 갈기갈기 찢어, 잡아 먹을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지만, 나는 그 사자를 보며 그런 공포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생활에서는 사자가 보이지도 않고 사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무엇에 대한 공포를 지울 수가 없다. 어느 순간에는 죽을 만큼의 공포가 죽고 싶은 공포로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잠을 잘 수가 없고 점점 피폐해지며, 신경은 날카롭고 모든 것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그런 자신은 다시 극도로 예민하게 되고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 과정은 상태에 따라 조금씩 희미해지고 뚜렷해지는 과정을 거치지만, 말끔하게 사라지는 일은 없다. 그래서 최대한 안정을 취하고 조금 더굳은 마음이 되도록 - 마음의 근육이 생기도록 훈련을 반복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것이다. 더 평안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해봐도 괜찮다고 했다. 이를 테면 산책, 여행, 악기연주, 감상 같은 조금은 정적이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일들이면 더 좋다고 한다.
둘뿐인 환우회지만, 이런 활동들을 고민하고 있다. 그 효과는 아주 미약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