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저녁의 끝자락에 앉아 있었다.
책상마다 엎드린 별들이
소리 없이 내리고 있었다.
교탁 위에 놓인 출석부 한 장은
사라진 시간을 세고 있었다.
내 이름은 없었다.
아이들 뒤에 숨어
나는 나를 부끄러워했다.
나의 스무 살은
잉크처럼 마른 지 오래고
이젠 이해보다 설명이 먼저 떠오른다.
무거운 말들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나는 가벼운 확신들에 기댄다.
누군가의 결심을 지켜보는 일은
가끔 나를 찢는다.
나는 얼마나 꺾여 있었을까.
교사라는 이름의 나무는
자주 자신의 뿌리를 잊는다.
창밖에선 어둠이 자라고
가로등은 몸을 구부린 채
무언가를 오래 참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조금 더 작아진다는 것을.
그 작아짐이
가르침이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