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좀 잤더니 밤이라고 잠이 얼른 올 리 없다.
비가 내리는 밤
기온이 제멋대로인 겨울이어서 오늘은 거의 최고기온이 20도 가까이 오르고 내일은 다시 영하 가까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비가 눈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예보를 하지만 이제 여기서도 눈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물다. 오늘은 하루 종일을 집에만 있었다. 아침 아홉시 정도 일어나고 그리고 아침을 먹고 얼마 뒤다시 점심을 먹고 다시 잠을 자다가 저녁을 먹다보니 밥을 차리는 일이 거의 두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는 큰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혼자였으면 밥 차리고 조리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그렇다. 하는 일이 없으면 좀 어떨까 싶다.
누군가는 막상 그런 상황이 되면 다시 일하고 싶을 거라는데, 지금에서는 눈꼽만큼도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아침에 조금 늦으막하게 일어나서 커피도 내리고 아침은 그냥 있는 것으로다가 먹고 빈둥거리고 집안 일을 한다든가 아니면 뭐라고 키울 일이지만 그것도 그 때는 귀찮아서 하지 않을 일이고 햇볕이 들면 그거나 쬐고 보지도 않을 텔레비전을 종일 켜놓을 때도 있을 거고 적막한 시간이 좋아 환자처럼 가만히 뒹굴거리다가 어제 시켜놓은 남은 피자로 점심을 먹을 거고 그리고 아주 참다가참다가 화장실이나 한번 가볼까 싶고 귀찮아서 끊은 담배를 다시 필지도 모를 일이다. 어두워지기를 한도 없이 기다렸다가 어두워지는 무렵이면 라면물을 올리거나 또 눈에 보이는 것들을 집어 먹고 컴퓨터 커서의 깜박임을 한없이 들여다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면 밤이 더 짙어지고 이미 낮에 자둔 잠은 서둘러 오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연락이라도 오면 대답할까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다시 늦도록 텔레비전이나 보고 말 것이다.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몇 달을 지내고 몇 년을 지내도 난 충분하다.
하지만 지금에서는 과거에 했던 저런 일들을 다시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결코 저런 환경이 주어지지 않겠지만, 다시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일도 너무 힘들다는 걸 이미 알고 있으니까.
지금에서는 그냥 어떤 주제를 하나 가지고 목표를 좀더 선명하게 해서 진득하게 글을 써보는 일이 중요하고 또 그러하고 싶은데, 이것은 어디까지나 마음뿐이고 아무 것도 되지 않은 채로 일만 뒤지게 하고 있다.
로또는 맞지 않고 현실은 거부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일이며 있을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고 현실은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