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은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쓴다고 해봤자 어디에 내놓기도 그렇고 돈도 되지 않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그에게 가난한 바람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왔던 글들을 정리하고 실컷 써보는 것이었다.
ㄱ은 그런 생각만 했을 뿐이다. 현실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어쩌면 그가 거절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한번은 ㄱ이 ㄴ에게 꼭 2년만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ㄴ은 ㄱ에게 엉뚱한 걱정을 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그렇게 글을 다 쓰고 정리하면 ㄱ이 아마 죽을 것 같다면서 걱정스런 말을 건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ㄱ은 그날 밤부터 그 말을 되새김질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는데,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고, 그런 의미가 함의되었을 수도 있겠다고 스스로에게 몇 번을 되물었다.
하지만 답은 없었다.
ㄱ은 스스로를 위로한다. 아직 내가 정말 마음에 꼭 드는 그런 글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이라고.
그러면서도 어리석게 ㄱ은 늙도록 그런 생각에 빠져 있을까봐 불안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