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시와 지폐
-폐지는 지폐가 되어도 돈은 어렵다
당신 키보다 높은 폐지가 가벼워
돌을 올려 놓고 손수레처럼 쭈그려 앉아
할머니는 청춘이어야 한다
신문도 박스도 버려진 것들이
다 무거운 지폐가 되는 세상인데
시는 버려도 버려져도 아무도 주워 읽지 않는다
할머니는 청년이었던 시절에도 시를 읽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져야 할 것들이 할머니를 결국 청춘으로 만들어 주었다
손수레를 끌다가 끌려다니다가
언덕길에서 주저 앉아 할머니는 아무도 읽지 않을 시를 쓰고 있었다
스스로도 읽지 않을 시를 허공에 대고 온 얼굴로 한 대 태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