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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넓은 산에는 나무들이 많이 살았어요.

작은 나무, 큰 나무, 두꺼운 나무, 얇은 나무, 꽃이 피는 나무, 열매가 열리는 나무.

많은 나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 중에 키도 작고 열매도 열리지 않고 꽃도 피지 않는 나무가 있었어요.

다른 나무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자기들끼리 쏴아아 하고 흔들리며 우쭐거렸어요.

새들도 키가 큰 나무나 열매가 열리는 나무에 앉았어요.

사람들도 키가 큰 나무만 보았지요.


키 작은 나무는 슬펐어요.

자기에게는 이름도 없었어요.

아무도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어요.

다른 나무들이 자기를 보고 수근거리는 것 같았어요.

키가 작다고 굽었다고 열매가 없다고.


그런데 어느 날 큰 태풍이 불었어요.

키가 큰 나무는 모두 휘청거렸어요.

그리고 나뭇가지가 부러졌어요.

푸름을 자랑하던 잎들이 우수수 쏟아졌어요.


또 다른 날에는 사람들이 산에 올라와

나무들을 옮겨 심으려고 예쁜 나무들만 뽑아 가 버렸어요.

키가 작은 나무는 바람이 불 때는 부러질까 걱정했고, 사람들이 산에 찾아 올 때는 뽑혀갈까봐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다른 나무들이 힘든 일을 당할 때에도

작은 나무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키가 작고 이름이 없고 가지는 굽었지만,

키가 작은 나무는 이제 마음이 아프지 않았어요. 

많은 바람이 불 때면 키 큰 나무들이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것만 보다가

자기처럼 키 작은 나무들이 많을수록 더 큰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꽃이 없어도 산을 온통 푸르게 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키 큰 나무들이 떨어트린 잎을 덮고

겨울을 따듯하게 보낼 수 있었어요.

작은 나무는 더 이상 작다고, 아무런 꽃이나 열매가 없다고 

투덜거리지도 않았어요.


키가 크든지 작든지, 가지가 곧든지 굽었든지

꽃이 있든지 없든지, 잎이 많든지 적든지

모든 풀과 아주 많은 나무들이 함께 산을 만들어 가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산은 산에 사는 모두의 것이라는 것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