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자리 나무
어느 골짜기 작은 산을 머리에 인 것같은 나무가 있었어. 그 나무가 흔들리면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 나무는 유독 상처가 많았지. 마디마다 까만 바람 자국이 있었고 새 앉은 자리는 벗겨져 있었어. 아래쪽 키작은 다른 나무들은 수군거렸어. 바람들은 왜 저 나무만 저렇게 못살게 굴지. 아무도 몰랐지만 그 나무는 바람 자리에 서 있었어. 바람이 산을 넘어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면 거치는 바람길에 있었던 거지. 바람들은 고민했어. 나무는 지쳐서 바람을 견디기 힘들어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어. 그 나무 아래서 바람이 멎기로. 나무 아래는 소리도 흔들림도 없는 바람 무덤이 되었어. 그 후로 그 나무는 더 커지고 커져 수많은 아기 손바닥만한 잎들을 겨울에도 여름에도 지치지 않고 혼자 흔들기 시작했어. 바람이 만들어지는 바람 자리가 된 거지. 그 나무는 바람들의 고향이 된 거야. 난 여기서 바람도 나무도 되고 싶어. 네 가는 자리 나를 버려두고 이제 그렇게 소리 없는 바람, 네 마음대로 그치거나 만들거나 하고 싶어. 난 그저 오래도록 이 자리서 멈춰서서 흔들고 있을게.
*큰 바람과 작은 꼬마 바람과 내용이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