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딘다
내가 만든 문 없는 방에 내가 갇혀
문 만들어 달라는 말 하지 못하고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릿속 짐을 지고 앉지도 못하고 걷지도 못한다
괜찮다는 말뿐인데
이미 시들어버린 마음에 물을 주어도 꽃은 피지 않아
사랑은 가난한 시절 팔아 버렸고
이제 무력한 시간
무디어 지고 견디어 지고 살아내는 것이 사람이고
아무 것도 느끼지 않는 커다란 사람이 사람이고
그리며 그렇게 하루를 보내 흘린다
처음에는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고민하지만
이제는 다 괴로워 세상은 괴롭지 않은 곳이 되었다
방은 밤이 될수록 점점 작아지고
지고 있는 짐은 그림자 길어지고
이제 힘들어 힘들어 하지 않기
아프고 아파서 고통스럽지 않기
모두 내가 만든 세상에
갇힌 사람은 나뿐이니까
이제 세상을 지워버려야지 하다가
견뎌 보자고 한다
혼자라면 아무 것도 없는 혼자라면
그냥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