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고
힘없이 긋는 바람에 구름이 터지고 고단한 햇살은 어둠 속에 들어간다
새인 줄도 모르는 새는 밀려난 하늘가에 안겨 쉬고 싶었다
그리우면 사랑할 줄 알았다
나무는 제 잎에 별이 흘린 눈물을 아침이도록 매달고
조금씩 아껴 먹고 자랐다
사랑해도 해도 그리움은 닳아지지 않았다
어깨에 새를 얹고 싶은 나무는 밤 새도록 팔을 내밀다가
껍질 갈라지는 날이었다
새는 없고 그 찢어진 살 사이로
붉은 꽃이 흘러 나왔다
걷기만 했는데 봄이 와 버렸다
하늘부터 모두 잃어버린 나무의 봄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