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컴퓨터만 들여다 봤더니, 어지럽고 토가 나올 것만 같다.
날이 춥다.
벌써 어두워진다.
여섯 시가 되기도 전에 고양이 눈동자만큼의 어둠이 찾아왔다.
춥기도 하다. 그리고 바람이 많다.
비가 올 거라고 말한다.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 시작되고 얼마 정도 지난 것처럼 스산하다.
이제 하루가 거의 끝날 무렵 오늘을 적어둘까 하고 바쁘게 자판을 누르고 있다.
그닥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늘도 스스로에 대해 기대를 저버릴 만한 행동을 하고는
지금은 그런 것들이 기억에서조차 멀어질 만큼의 허기에 더 골몰하다.
그래서 좋아하지도 않는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었다.
산다는 것.
옷에서 긴 실이 풀린 것을 발견하고 무심코 잡아 들었는데, 길게 길게 풀리는 실을 붙잡고 황당해 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많은 일들이 그런 식으로 아주 짧은 동안 나를 당황케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견디면 된다.
거기, 잘 있지요?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