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0 14:25

김소월의 산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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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요시인으로 등단한 소월은 전통적인 한()의 정서를 여성적 정조(調)로서 민요적 율조와 민중적 정감을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고 있다. 생에 대한 깨달음은〈산유화〉 · 〈금잔디〉  등에서 피고 지는 꽃의 생명원리, 태어나고 죽은 인생원리, 생성하고 소멸하는 존재원리에 관한 통찰에까지 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시 〈진달래꽃〉 ·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 〈먼후일〉 · 〈못잊어〉 등에서는 만나고 떠나는 사랑의 원리를 통한 삶의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단순한 민요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시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생에 대한 인식은 시론〈시혼〉에서 역설적 상황을 지닌 '음영의 시학'이라는 상징시학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집 《진달래꽃》 이후의 후기 시에서는 현실인식과 민족주의적인 색채가 강하게 부각된다. 민족혼에 대한 신뢰와 현실긍정적인 경향을 보인 시로는 〈들도리〉(1925) · 〈건강()한 잠〉(1934) · 〈상쾌()한 아침〉(1934)을 들 수 있고, 삶의 고뇌를 노래한 시로는 〈돈과 밥과 맘과 들〉(1926) · 〈팔벼개 노래〉(1927) · 〈돈타령〉(1934) · 〈삼수갑산() - 차안서선생삼수갑산운()〉(1934) 등을 들 수 있다. 시의 율격은 삼음보격을 지닌 7(3·4) · 5조의 정형시로서 자수율보다는 호흡률을 통해 자유롭게 성공시켰으며, 민요적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독창적인 율격으로 평가된다. 또한 임을 그리워하는 여성화자()의 목소리를 통하여 향토적 소재와 설화적 내용을 민요적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민족적 정감을 눈뜨게 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소월 [金素月]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없이

꽃이 지네.


  산에는 꽃 피네, 라는 한 구절은 이 시의 절반을 의미한다. 

  자신의 감정(정서)을 투사할 만한 대상인 꽃이 산에 피어 있다. 이상의 '거울'이란 시에서처럼 거울 속은 참 조용하다라는 말에는 이 쪽 세상은 조용하지 않다라는 의미를 포함하듯이 산에는 꽃 피네, 라는 문장에는 산과의 거리감과 이곳에는 꽃이 피지 않는다는 화자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네, 라는 종결어미를 반복하여 각운(운율에 운)을 이용하였다.

  갈 봄 여름, 에서 여름은 봄의 지속상태의 의미로 본다면 갈(가을)은 음악적 효과와 동시에 갈, 봄을 연결시켜 자연의 순환을 드러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는 상태를 통해 화자가 위치해 있는 이쪽 어딘가의 쓸쓸함도 엿볼 수 있다.

  산에 산에를 반복(강조, 리듬)해서 리듬을 형성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강조되어온 저만치(저만큼)는 화자와의 거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어이다.

  새는 전통적으로 정서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시어이다. 새하면 떠오르는 표현법으로 '감정이입'이 있을 것이다. 감정을 투영시켜 나타냈는데, 산에서 우는 작은새,에서 우는 바로 직접적인 감정의 표현이다.

  '그는 문을 열고 들어와서 어떤 일을 하다가 문을 닫고 나갔다.'라는 문장에서처럼 피네, 라는 종결형 어미의 반복으로 시작해서 지네, 라는 종결형 어미로 끝맺고 있는, 이 시는 첫 부분과 끝 부분이 서로 응한다라고 할 수 있다.(호응, 대응, 상응, 조응 등)

  이 시는 짧은 봄에 쓰였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짧은 봄에 대한 애상(슬픈 생각), 쓸쓸함, 반복되는 자연 속에서의 존재(화자), 그것을 표현한 간결한 시구, 반복적인 시어를 통한 리듬(운율)을 통해서 산에 있는 꽃(산유화)를 화자의 정서대로 잘 형상화(감각적 묘사, 이미지, 표현)한 당연한 수작이다.

  여전히 시는 어렵다. 표현과 의미, 화자, 상황, 감상 등을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을 머리로 안다고 하더라도 감흥이 없다면, 시 작품을 잘 이해했다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