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인가 운전을 하다가 사물들을 유심히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이 보이는 것을 알았을 때, 보인다는 말에 집착을 하게 되었다. 내가 보는 것은 무엇이고 내게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렵다. "쉽지 않다와 어렵다는 동의어가 아니다."
본다와 보인다는 외부의 사물이나 풍경 같은 것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경계의 모호성 때문에 애매성이 증가하는 것은 내면적이거나 심리적이나 사람에 대한 판단이거나 스스로에 대한 성찰의 경우가 오히려 더 크다.
이것은 단순하게 어떤 사람을 본다와 어떤 사람이 보인다라는 문장으로는 전달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을 본다에 더 많은 함의를 담고 있어야만 본다,의 외연을 넓히고 심층적인 이해와 판단이 가능할 것이며, 우리 대부분은 보이는 것을 보는 것으로 사람을 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라고 본다)
어느 사람을 두고 "피곤해 보인다"는 있지만, "피곤해 본다"는 있을 수 없다. 우리가 하는 많은 사고와 보는 혹은 보이는 행위들은 추측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보이는 것을 보는 행위가 불편하거나 나쁘지 않다. 그러한 경우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피곤함을 줄이고 진지함의 무게를 덜기 위해서라도 그냥 보이는 것들을 보는 것이 편할 때가 꽤나 많다. 그럼에도 보인다는 것을 당분간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