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피곤함을 벗지 못하고 조금 하얘진 어둠의 틈을 비집고 서서 내리는 비를 본다 아프면 피곤하다 사랑의 무게 정도의 빗소리다 젖은 나무껍질같은 하루를 보냈지만 누워도 잘 수가 없어 서 있다 생각한다 잠들지 못하도록 만든 하루 동안의 말들 간의 관계가 예리한 자국을 남겼다 씻다가 발견하는 상처들처럼 조심스럽다 숨을 죽인다
혼자 두고 자러 가버린 밤을 반짝거리게 닦는 빗줄기처럼 곧게 서서 깊은 숨을 쉰다 숨은 쉰다 살아 쉬는 모든 숨은 다 괜찮다는 말이다 살아 있기 때문에 모든 것들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사이다 숨을 쉰다는 일은 모든 것을 사랑해도 괜찮다는 말이며 이제 어제는 그만 잊어도 된다는 허락이다 그래서 숨은 사는 일처럼 어느 때는 차갑고 또 어느 때는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