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5 11:10

소리의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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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수의 음악캠프

거기에 소개된 시.

소리의 뼈

                                기형도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비와 라디오 전파의 공통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다.

다만 라디오처럼 끄거나 켤 수는 없을 뿐이다.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내가 있는 곳은 거의 모든 시간에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해가 떠도 비가 오게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

퇴근 시간에 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운전하는 데 몹시 불편했기 때문이다.

불편해서 선택할 리가 없다. 노을 때문이다. 난 그 길이 좋았다.

해가 지는 하늘,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나오거나 어쩌다가 오아시스나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열어둔 창문으로 넘쳐 흘러나가고 바람이  거세게 비집고 들어오는 시간이면

난 참 좋았다.

이런 기억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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