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다
- 효진 ( feat. 상상22)
나무가 되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음지로 도망가 꽃을 피우려 했다
낮에는 태양 아래를 비틀거렸다
달밤의 향기가 때론 옛 꿈을 일으켜주었고
바다의 고래는 그의 퇴화된 아가미같은 이파리를 적셔 주었다
별빛처럼 그의 순간들은 항상 거울이 함께 했다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시간만큼의 외로움이 또 있을까
운명의 무게라는 말장난에 이끌릴 만큼의 외로움은 어떨까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 잡으려던 손가락이 꺾이는
그의 정신은 어떤 육체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비로 적실 수 있는 땅이 없어서
모든 것이,
저 바다마저도 굳어서
어디에도 굴릴 수 없는 저 여덟 개의 점이
모두가 두려워하는 비움이
친구여, 나의 작은 샘은 바다가 되기에는 너무 오래 고여 있던 것이었을까
조용히 의자에 앉아 세상의 모든 향을 들이키며
그의 육체는 동굴이 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