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언어학 강의를 들을 때의 기억이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사람들의 사고는 언어로부터 시작된다며, 우리 머릿속에는 한약방에 약초 이름이 새겨진 수많은 서랍처럼, 각 사물이나 개념의 서랍들이 있어서 그 서랍의 개수와 서랍 안의 내용에 따라 사고력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지식의 공간과 감정의 공간이 사고의 메트릭스 공간에 별도로 나뉘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감정의 공간 역시 저렇게 다양한 서랍처럼 많은 감정들의 종류가 있을 것이다. 정작 궁금한 것은 같은 하나의 명칭에 서랍이 여러 개 있을 수 있는가이다. 혹은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까. 도덕이나 양심으로 금지시켜 놓은 것들이라도 같은 감정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거나 원래 차이가 있는 공간이라면 감정의 중복 소유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서랍은 하나인데 자꾸 비워야 하거나 비슷한 분류의 감정들을 계속 저장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사랑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개인의 독특한 사고를 자신은 알 수 있을 것이다. 방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것을 소유하고 나누는 분류 기준과 그렇게 끊임없이 나누고 정리하는 부지런함이, 그리고 누적시키기 보다는 비워내는 것이 감정의 공간, 그 서랍이나 방 정리를 잘하는 일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