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08 20:53

자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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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길동님은 전자동 율도국 자판기에서 

판결문을 넣고 나를 뽑아 이곳에 유배시켰다

그것은 이상에 대한 간음의 뜨거운 죄값이었다

처음에는 길을 찾아 돌아가지 않을 길을 걸었지만

그 길은 곧 고장나고

사람들의 전파가 길을 대신하려다 망한 사람이 자꾸 늘어났다

이 곳의 풍경은 
사랑을 사랑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별을 이별이라 부르지 못하는,

시들어가는 자유를 고사시켜

결국 대기권 안에 가두어 놓아 모두들 서로의 규칙을 엄수하게 만들었다

가끔은 사연을 말아 담배를 피웠고

그 사연의 공초를 나에게 담기도 했다

죄의 시간은 길고 죄값의 시간은 별이 반짝이는 것처럼 짧아

사라지지 않는 인간들이 자꾸 생산되는 곳

따뜻함이 사라지고 맞아도 더는 울지 않는 자명종처럼

소모를 다한 나는 쓰레기통으로의 비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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