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수의 음악캠프
거기에 소개된 시.
소리의 뼈 | |
기형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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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수님이 새로운 학설을 발표했다. 소리에도 뼈가 있다는 것이었다. 모두 그 말을 웃어넘겼다, 몇몇 학자들은 잠시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 김교수의 유머에 감사했다. 학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교수님은 일 학기 강의를 개설했다. 호기심 많은 학생들이 장난삼아 신청했다. 한 학기 내내 그는 모든 수업 시간마다 침묵하는 무서운 고집을 보여주었다. 참지 못한 학생들이, 소리의 뼈란 무엇일까 각자 일가견을 피력했다. 이군은 그것이 침묵일 거라고 말했다. 박군은 그것을 숨은 의미라 보았다. 또 누군가는 그것의 개념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모든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에 접근하기 위하여 채택된 방법론적 비유라는 것이었다. 그의 견해는 너무 난해하여 곧 묵살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 학기부터 우리들의 귀는 모든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듣게 되었다. |
비와 라디오 전파의 공통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다.
다만 라디오처럼 끄거나 켤 수는 없을 뿐이다.
내게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내가 있는 곳은 거의 모든 시간에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
해가 떠도 비가 오게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시간.
퇴근 시간에 난 가장 빠른 길을 선택했다.
그 길은 서쪽을 향하고 있어,
운전하는 데 몹시 불편했기 때문이다.
불편해서 선택할 리가 없다. 노을 때문이다. 난 그 길이 좋았다.
해가 지는 하늘,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나오거나 어쩌다가 오아시스나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열어둔 창문으로 넘쳐 흘러나가고 바람이 거세게 비집고 들어오는 시간이면
난 참 좋았다.
이런 기억이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