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이형에게
기행이형
내가 울어서 비가 내리는 아침
멀리 가 본 적 없는 햇빛
같이 가 보고 당나귀를 타고도 거기 가고 싶습니다
형이 사랑했던 나타샤는 하늘에 있고 형도 거기 있지만
여기에도 모두 있습니다
형의 시는 다 부서져 어느 때는 오늘처럼 비가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를 안는 흰 눈이 되기도 합니다
형의 시를 안고 잠이 들면 괜스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형
거기 잘 지내시나요
시가 따듯한 집이 되었나요
이제 더이상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시는 오늘도 비로 내리고
어느 날에는 아무렇지 않게 모닥불만한 해로 떠오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