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살구는 봄이면 벚꽃처럼 꼭같이 곳곳에 꽃을 피웠다가
장마 구름이 몰려올 때면, 밝은 주황색의 열매를 떨어트리곤 하지.
잘 익은 살구의 빛깔과 은근한 향, 그리고 새콤한 맛은
다른 과일에 비겨 뒤지지 않을 정도야.
근데 요즘 애들은 살구열매를 잘 모르나봐.
무수히 떨어지는 살구를 줍지 않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아.
오늘 음악을 들으며 혼자 길을 걷다가
살구를 주웠어.
그러다가 갑자기 슬퍼졌어.
어릴 적 시골집 뒤안은 온통 대나무 밭이었고,
그 옆집은 대나무 울타리로 제법 꼼꼼하게 막혀 있었는데,
이맘때면 그 옆집 대나무밭 가운데 우뚝 솟은 살구나무에서 떨어지는
살구가 너무 먹고 싶어
몰래 울타리를 넘곤 했던 기억이 생각나는 거야.
살구씨는 씨멘 바닥에 양쪽을 문질러 그 안을 파내면 호각 소리도 나.
그런 게 장난감이었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그 살구를 혼자 주머니에 담던 기억에
마음이 긁혔나봐.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