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5 22:31

물고기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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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의 고민


  강물의 유유한 움직임을 물고기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강물의 지류에 들어가는 것은 늪과 같다. 그래서 물고기들은 떼를 지어 이동한다. 그것은 보호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바다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 이유도 없다.  지류로 접어들어 작은 웅덩이에 갇혀 사는 일은, 그 큰 물줄기에 편승하기만 한다면 걱정조차 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 도시든 농촌이든 본류와 지류에 사는 일은 이것과 닮아 있다. 굳이 더 얕고 척박한 곳에 혼자 있을 이유가 없다. 그곳은 따분하고 할 일이 없으며 다른 삶들과의 교류도 없고 먹이도 없고 자신의 반짝이는 비늘을 봐줄 사람도 없다. 심지어 그곳은 외롭고 위험하다는 불안정성까지 잘 갖추고 있다. 

  큰 강에서든 작은 강에서든, 어느 강에서 태어난 물고기가 작은 웅덩이에 빠지는 것을 좋아할까. 다른 물고기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것이 뭐가 나쁜 일인가. 

  그 중에 물고기 하나가 다른 물고기들 사이에 사는 일은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먹이가 좀 적어도 다른 물고기와 멀어져도 그 물고기들이 자신의 반짝이는 비늘을 몰라줘도 강물에 쓸려 내려가는 것이 이제 더 이상 싫어 지친 몸을 가만히 멈춰두고 싶다고, 그리고 따듯해지는 대로 차가워지는 대로 놓아 두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물을 따라 살았던 물고기에게 멈춤은 허락되지 않는다. 거슬러 오르기도 해야 하고 따라 흐르기도 해야 한다. 가고 싶은 대로 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멈춤은 허락되지 않는다. 고민이다. 그 물고기의 고민은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일,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 자신의 때 묻은 몸을  숨기고 싶은 일. 힘들면 멈춰 보고 싶은 일. 덜 먹더라도 덜 움직이면 좋겠다는 일.

  그 물고기가 조금 더 늙게 되면, 물살의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되면, 놓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물고기 한 마리는 조금 흐린 웅덩이에서 그날의 제일 맑은 햇살을 골라 혼자 등비늘을 닦고 반짝이는 때를 외롭게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늙기 전에 물고기는 떠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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