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를 만나는 것은 어두운 밤길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당혹스럽습니다.
나에게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아무 일 없다면 다행이지요?
왜 그 사람을 그렇게 판단해야 할까요?
두려우니까요.
낯선 시를 만날 때, 두려워하면 안 됩니다. 의연하게(말처럼 쉽지 않지만) 대면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나오는 시들은 우리에게 무척이나 교훈적입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자아성찰, 사랑과 이별, 아름다운 표현, 의지와 저항, 시대 비판, 인간의 연대의식(공동체의식) 등을 주제로 합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내용의 시 이외에는 대부분 "없음(결핍)"에서 시가 출발합니다.
작가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 시대정신을 작품에 반영하게 마련입니다.
다음의 어설픈 그림을 보시죠. ㅠㅠ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만약 부모님이 계셨다면? 이야기가 어떻게 흐를까요?
바로 없음의 상황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없음의 상황을 화자가 어떤 태도(-적이 붙습니다. 적극적, 비판적...)로 어떤 정서(감정, 슬픔, 외로움 등)로 그 상황을 대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이 내용들을 다 알게 된다면 다른 친구에게 설명하듯이 말해 봅니다. 음, 이 시는 말야. 화자가 어떤 사람인데, 지금 어떤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 이유는 말야. 이 상황이 이래이래서지. 그리고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표현법은 이런이런 표현법들이 있어. 그래서 이 시는 어떤 거 같아.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으면 이 시를 거의 다 감상한 것입니다.
어떤 가수의 최신곡이 갑작스레 좋아질 수도 있지만, 듣다 보면 좋은 노래들이 많습니다.
시가 그렇습니다.
저도 서정주의 시를 대한 지 10년이 넘어서야 서정주가 시를 잘 쓴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이 시는 뭐가 없지? 혹은 뭐가 있지? 그래서 화자가 슬픈가? 기쁜가? 그래서 좌절했나? 극복했나? 즐겼나? 어떤 상황이지?
시는 압축적이고 상징적입니다. 일종의 암호나 기호같은 것이지요.
어때요? 어그로 끌지요? 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