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나의 가까운 사람 하나(그때만 그랬고 지금은 생사도 모르는)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함께 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여자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곳은 편지가 도착하기에도 버거운 아주 먼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나를 아주 신뢰하고 있었거나, 그의 불안한 감정을 나와 공유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편지에는 간단한 안부와 함께 노래가사만 적혀 있었다. 그 사람은 그 노래 가사에 대한 해석을 부탁했고 왜 그 노래 가사를 편지에 써 보냈는지 그 의도를 전혀 모르겠어서 나의 의견을 구한다고 했다. 편지를 다 읽는 데에는 짧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사람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는 아주 많은 생각과 시간이 필요했다. 헤어지자는 의미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말했는지 어떤 감정으로 위로를 했는지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너무 오래 전 일이고 그 사람은 까마득한 상사였기 때문에 나는 아주 어렵게 풀어나갔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인데, 아주 가끔이긴하지만 지치고 힘들 때면 그 때 그 사람의 난감해하는 표정과 그 힘들었던 곳과 그 시간의 상황들이 선명해지는 때가 있다. 이 노래의 처절함, 애닲음, 절규, 간절함 등등이 지금에서도 느껴지는 것만 같다.
그리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도 편지를 쓴 이의 마음을 알 것만 같았다. 그 사람은 사랑을 할만한 삶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삶의 무게여 하는 그 노래의 부분이 그렇게 느껴졌을 수 있다. 난 그냥 다 힘들어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이 노래가 몇 번 떠올랐다. 사실 아무 일도 없었고 많은 일이 있었다. 검고도 흰 하루였다. 떠나는 사람은 자신이면서 저 노래 가사를 보낸 이유를 그 사람은 끝까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오늘의 내가 그렇다. 힘들면서도 힘들지 않고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에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도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 길로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외로움 견디며 살까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가슴 지키며 살까 아, 저 하늘에 구름이나 될까 너 있는 그 먼 땅을 찾아 나설까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