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깨고 사는 것이 사람살이라는 것을 중년에 겨우 깨닫다.
머릿속에 아흔 아홉칸 집을 지을 것이 아니라
좁쌀이라도 내 놓고 살리라는, 시시하고도 거창한 생각에 사로잡히다.
그런데...
나의 좁쌀은 무엇일까?
-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아나운서의 말
서시
-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그 여자 아나운서는 마지막 방송에서 이 시를 읊었다.
왜 그랬을까.
마지막이어서 그랬을까. 혹시 그걸 생각했었을까.
들을 때는 몰랐지만, 너무나도 좋은 목소리고 생각이 깊었던 사람이었다고
사연을 보내고 싶다.
이제는 하지 않는 심야 라디오방송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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