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근무
자꾸 밟히는 계단 끝은 무거웠다
길어진 복도에
사람들이 흘리고 간 발자국이
아직 떠들고 있었고 걸음을 붙들었다
추위를 깔고 앉아
활자와 시간을 바꿔
근무를 줄여가는데
어깨에 털어내지 못한
하얀 하루가 흩어 있다
형광등은 파리한 근무지를 감시하고
여기는 어둠에 학습당한 지 오래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그 만큼 비어있는 자리에는
삶에 대한 판단이 풀리지 않는 문항으로
매겨진다
그래서 살았다고 말하는 순간은
너무 짧다
종소리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다
밟히는 계단에 내 흔적은 이미 지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