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3 21:06

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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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근무



자꾸 밟히는 계단 끝은 무거웠다


길어진 복도에

사람들이 흘리고 간 발자국이

아직 떠들고 있었고 걸음을 붙들었다

추위를 깔고 앉아

활자와 시간을 바꿔

근무를 줄여가는데

어깨에 털어내지 못한

하얀 하루가 흩어 있다


형광등은 파리한 근무지를 감시하고

여기는 어둠에 학습당한 지 오래

수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그 만큼 비어있는 자리에는

삶에 대한 판단이 풀리지 않는 문항으로

매겨진다

그래서 살았다고 말하는 순간은

너무 짧다

종소리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다


밟히는 계단에 내 흔적은 이미 지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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