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의 사랑
처음엔 잎인줄 알았다
머리에 나는 털들이
뿌리라는 것을
땅으로 뻗는 것을 보고 알았다
위로 옆으로 갈라진
팔다리를 보고
나무도 머리를 심어두고
말 없이 산다는 것을 알았다
털은 내 안에서 밀어낸 것들
잎을 떨어낸 나무처럼
나에게 있던 것들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준 것이다
사랑이라면
다리를 뻗고 손을 내밀어 보자
한창 붉은 가을이라고 우기다가
눈 덮이기 전에
내 머리 덮게 주자
이제 맨몸 사랑.

개나리 쬐는 봄
그리움이란
낙엽을 생각하는 가을비
김밥집 아저씨에게 들은 이야기
나무들의 이유
수긍하는 날
선택 장애
바람이 불면 만나요, 우리
하루를 걷다
밤 근무
호흡
기억을 덮는 밤
자신이 아는 세계만 바꿀 수 있다
가라앉는다는 것
식물들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