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12 09:52

똥에게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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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이에게


안녕? ㅇㅇ아. 난 너의 똥이야.

내가 변기에 나갈 수 없어서 ㅇㅇ이 너에게 편지를 써.

사실 난 요즘 너무 슬퍼.

엄마 똥이랑 아빠 똥은 먼저 나갔는데, 나만 네 뱃속에 갇혀 있어.

제발 나를 변기로 내보내줘.

그러려면 먼저 밥을 잘 먹어야 해. 밥은 잘 먹고 있겠지?

예전에 우리는 하루에 꼭 한 번 화장실 변기에서 만나는 사이였잖아.

말랑말랑 하게 나온 나는 화장실 변기에서 네 얼굴을 볼 때가 제일 좋았어.

네 얼굴도 보고 변기물을 따라 멀리 떠날 수 있거든.

그런데 지금은 나갈 수가 없어. 엉엉.

먼저 나간 엄마 똥과 아빠 똥이 나를 많이 기다릴 거야.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너의 배 저 아래쪽에서 단단하게 굳어가고 있어.

내가 배 안에 오래 있으면, 네가 아플 수도 있어.

나는 점점 더 커지고, 단단해지고 가스가 만들어져서 방귀가 뿡뿡 나오게 돼.

그리고 나는 돌처럼 굳어가면서 내가 네 똥꼬를 빠져나올 때

너를 무척 힘들게 하고 아프게 할 거야.

가끔 네가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을 줄 때 있지?

바로 그 때야.

그럼 ㅇㅇ이 네가 나를 엄마 똥과 아빠 똥을 만나게 도와 줄 거지?

나를 잘 내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게.

잘 들어봐.

우선 똥처럼 길쭉한 채소들을 많이 먹어야 해.

그게 똥 모양을 이쁘게 만들어줘.

똥처럼 생긴 채소들은 뭐가 있을까?

당근, 파, 당근, 무, 고구마, 오이... 맞아. 그리고 배추, 시금치, 상추도 넓고 길쭉하지?

맞아 맞아.

그 다음에는 물을 많이 먹어야 해. 

물을 많이 먹으면, 물 때문에 내가 단단해지지 않겠지?

그 다음에는 이것들이 뱃속에서 물과 잘 섞일 수 있도록 흔들어 줘야 해.

그래, 운동을 하면 돼. 운동을 하면서 잘 섞어주면 소화도 잘 돼서

예쁘고 말랑한 똥이 만들어지는 거야.

할 수 있겠지?

어서 빨리 엄마 똥과 아빠 똥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리고 너의 예쁜 얼굴을 변기에서 빨리 봤으면 좋겠어.

네가 도와주면 우리 똥 가족과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하겠다고 꼭 약속해 줘, 알았지?

안녕, ㅇㅇ아.

                                                                                                    2015년 3월 13일 금요일.

                                                                                                    변기로 나가고 싶은 너의 아가 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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