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람과 꼬마 바람
바람 가족이 끝 없는 커다란 바다 위에서 태어났어요.
큰 바람이 쌩쌩 먼저 길을 나섰어요.
그리고 저만큼 뒤에서 꼬마 바람이 큰 바람 뒤를 따랐어요.
큰 바람님, 어디로 가세요?
저기 언덕 위에 큰 나무 아저씨에게 가는 거야.
왜 큰 나무 아저씨에게 가는 거죠?
큰 나무 아저씨의 나뭇잎들을 흔들어 주려고.
큰 바람은 꼬마 바람보고 따라오라며 먼저 저 앞으로 불어갔어요.
하늘에는 하얀 구름이 떠 있었어요.
하얀 구름이 큰 바람의 등을 타고 가다가 물었어요.
어디를 이렇게 서둘러 가세요?
큰 바람이 등 뒤를 올려다 보았어요.
가벼운 구름이 어느새 올라 타고 있었지요.
저기 푸른 언덕 위에 큰 나무 아저씨에게로 가는 거랍니다.
큰 나무 아저씨에게 가서 뭐하려고요?
저 큰 나무 아저씨 팔에 매달린, 작은 아기 손같은 잎들을 흔들어 주려고요.
꼬마 바람은 열심히 큰 바람 뒤를 따라갔어요.
큰 바람님, 조금만 천천히 가요. 힘들어요.
너는 천천히 와. 내가 먼저 가서 저 잎들을 흔들어 놓을 테니까.
꼬마 바람은 궁금했어요.
왜 큰 바람이 저 큰 나무 아저씨의 푸르고 작은 잎들을 흔들려고 하는지 말이예요.
바다를 건너고 들에 이르자 풀잎들이 큰 바람을 붙잡고 물었어요.
큰 바람님, 어디를 이렇게 빨리 가세요?
큰 바람은 웃으며 말했어요.
저 위 큰 나무 아저씨의 작은 잎들을 흔들어 주려고요.
왜요?
제 뒤에 따라오는 꼬마 바람을 위해서요.
큰 바람은 더 신나게 언덕을 향해 불어갔어요.
풀잎들도 풀잎 위에 구름도 꼬마 바람도 모두 큰 바람을 바라보았어요.
드디어 엄청 큰 나무 아저씨가 서있는 언덕에 도착했어요.
큰 바람은 있는 힘을 다해 큰 나무 아저씨의 가지에 달린 작고 푸른 잎들을 힘껏 흔들었어요.
수많은 잎들이 쏴아아 소리를 내며 팔랑거렸어요.
팔랑거리며 더 큰 바람을 만들었어요.
작고 많은 잎들을 흔들고 나서, 힘이 다한 큰 바람은 나무 아저씨 밑에서 드디어 멈추었어요.
큰 바람님, 여기서 멈추면 어떻게 해요?
저기 위를 봐. 저기 팔랑이는 잎들이 이제 너를 힘껏 밀어줄 거야.
너는 더 멀리, 나보다 더 멀리 날아가야 해.
그리고 또 다른 큰 나무 아저씨를 만나면, 그 잎들을 네가 흔들어서 너처럼 작은 바람을 더 멀리 보내줘야 해. 알았지?
꼬마 바람은 어느새 몰라보게 커져 있었어요.
큰 바람이 나무 아저씨의 잎들을 흔들어서 만들어진 바람이 모여
작은 바람은 큰 바람만큼 커져 있었어요.
그리고 뒤를 돌아 보자 작은 바람 하나가 웃으며 자기를 따르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어디 가세요, 큰 바람님.
저기 가장 높은 산 큰 나무 아저씨에게로 간단다.
어서 나를 따라오렴.
천천히 가요. 제가 따라 갈 수 있도록요.
꼬마 바람은 어느새 큰 바람이 되어서, 다른 작은 바람을 데리고 높은 산으로 훨훨 떠났어요.
구름과 풀과 다른 나무들이 새 바람 가족을 힘껏 응원해 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