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9월 《문장(文章)》지에서 정지용(鄭芝溶)에 의해 〈길처럼〉 · 〈그것은 연륜(年輪)이다〉 등으로 추천을 받아 문단에 데뷔하였다. 1946년 조지훈(趙芝薰) · 박두진(朴斗鎭) 등과 3인시집 《청록집(青鹿集)》을 발행하여 해방시단에 큰 수확을 안겨주었다.
1930년대 말에 출발하는 그의 초기시들은 향토적 서정에 민요적 율조가 가미된 짤막한 서정시들로 독특한 전통적 시풍을 이루고 있다. 그의 향토적 시정은 시인과 자연과의 교감에서 얻어진 특유의 것이면서도 보편적인 향수의 미감을 아울러 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청록집》 · 《산도화》 등에서 잘 나타난다. 6 · 25사변을 겪으면서 이러한 시적 경향도 변하기 시작하여 1959년에 간행된 《난(蘭) · 기타》와 1964년의 《청담》에 이르면 현실에 대한 관심들이 시 속에서 표출되고 있다. 인간의 운명이나 사물의 본성에 관한 깊은 통찰을 보이고 있으며, 주로 시의 소재를 가족이나 생활주변에서 택하여, 담담하고 소박하게 생활사상(生活思想)을 읊고 있다.
1967년에 간행된 장시집 《어머니》는 어머니에의 찬미를 노래한 것으로 시인의 기독교적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1968년의 《경상도의 가랑잎》부터는 현실인식이 더욱 심화되어 소재가 생활주변에서 역사적 · 사회적 현실로 확대되었으며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려는 사념적 관념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1973년의 《사력질(砂礫質)》에서는 사물의 본질이 해명되면서도 냉철한 통찰에 의하여 사물의 본질의 해명에 내재해 있는 근원적인 한계성과 비극성이 천명되고 있다. 그것은 지상적인 삶이나 존재의 일반적인 한계성과도 통하는 의미다.(일부 편집)
[네이버 지식백과] 박목월 [朴木月] (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산이 날 에워싸고
박목월
산이 날 에워싸고
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
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
어느 산자락에 집을 모아
아들 낳고 딸을 낳고
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
쑥대밭처럼 살아라 한다.
산이 날 에워싸고
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3인 공동 시집 <청록집>, 1946)
시에서 산은 자연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연은 긍정의 상징이다.
가끔 자연이 거칠고 험한 인생의 비유나, 강한 힘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시에서도 역시 산은 가르침을 주는 존재로 묘사(언어로 그린 그림)되고 있다. 산이 날 에워싸고라는 말은 자연 속에서라는 말로 풀이된다. 자연속에서 씨나 밭이나, 이 때 어미 -나,는 자유로운 선택을 의미하며 살아라, 라는 명령형 어조는 가르침의 의이미다. 이 시어는 각 연마다 반복(강조, 리듬)되어 있다.
화자는 이미 산에 위치해 있을 수 있지만, 아마 이런 가르침을 산으로부터 들었다면 아직은 산에서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래서 산(자연)은 화자에게 욕심을 버리고(무욕, 속세를 떠나) 씨나 밭이나 갈며 살라고(인간 생활)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2연은 이런 모습이 더 구체화 되어 있다. 집을 짓고 아들 딸 낳고 호박 심고 들찔레처럼 쑥대밭처럼 순리대로 살라고 말한다. 아들 딸이나 호박은 자연에서의 생산을 의미할 수 있으며, 흔히 말하는 자족(넉넉함을 느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들찔레와 쑥대밭은 자연 그대로의 삶이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는 3연에서는 그믐달(사라지는 달, 자연의 순리)처럼 살라고 한다.그리고 어쩌면 영원의 존재, 자유로운 존재로 그믐달이 등장한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 근사하게 말하면 그믐달이라는 소재는 세속에 얽매이지 않는 달관자적인 자세를 의미할 수도 있겠다.
이 작품에서 기억해야 할 내용은 반복을 통한 운율과 강조, 그리고 친자연(자연친화적)인 모습, 밭갈고(인간의 삶) 들찔레와 쑥대밭(자연적인 삶), 그믐달(순리, 달관의 삶)의 모습을 조금씩 더 나아가면서 보여준다는 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