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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장환은 초기에 서정주와 친분을 맺으면서 시인부락 동인(어떤 일에 뜻일 같이 해 모인 사람)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초기에 모더니즘(전통적인 창작에서 벗어나려는 태도) 경향의 시들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 두 경향의 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오장환은 1948년 월북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변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삶과 문학에는 깊이를 잴 수 없는 절망과 비애가 깔려 있는데 이것은 시인이 살았던 시대와 개인의 비극과 연관성이 있다.

  ‘성벽’이라는 제목으로 상징되는 봉건적 억압에 대한 반항정신과, 문명을 빙자하여 타락해가는 부르주아적 근성 모두를 비판한다. 오장환은『성벽』 발행 이후 오장환은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시단의 3천재’라거나 ‘시의 황제’라는 호칭을 얻을 뿐만 아니라, 모더니즘의 기수인 김기림에게도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곧 ‘성벽’ 뒤에 있는 허무와 퇴폐를 감지한 오장환은 새로운 문물을 가득 실은 이국선들이 드나드는 낯선 항구의 ‘여정()’에 오르게 되고 그 낯선 거리에서 이리저리 방황한다. 오장환이 찾아간 항구는 ‘술과 계집을 찾어다니는 시꺼믄 얼굴, 윤락된 보헤미안의 절망’과 ‘젖가슴이 이미 싸늘한 매음녀’가 ‘파충류처럼 포복’하는 술과 싸움과 도박에 찌든 탕자들이 우글대는 장소였다. 그들 속에 끼어 동화되려고 애쓰지만 결국 오장환은 이곳에서도 고독과 소외감만을 안고 나와 급기야는 죽음으로 도피하려 한다.
  도시문명과 탕자들이 우글거리는 부두와 죽음의 늪 주위를 방황하던 긴 여정 끝에 오장환은 문득 고향을 떠올린다. 지치고 피곤한 몸은 그가 그토록 부정해왔던, 그러나 결코 부정될 수 없는 뿌리에서 안식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해방 직전 오장환의 이러한 심적 상태를 표현하여 모아두었다 해방 후에 엮은 것이 1947년 간행된 시집 『나 사는 곳』이다.
  오장환은 모처럼 찾은 안식처에서 얼마 쉬지 못하고 곧 이 시기의 다른 문인들처럼 또 하나의 세계관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선다. 그는 1946년 임화, 김남천과 함께 ‘조선 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맹원으로 활약하는 길을 택한다. 이와 더불어 1946년 5월에 번역시집 『에세닌』을 간행하고, 같은 해 7월에는 서울이라는 근대 자본주의의 상징적 공간을 통하여, 지난날 도취하여 이리저리 방황하던 부르주아적 근성에 대한 자아비판과 계급주의를 향한 미래를 다짐하는 『병든 서울』을 간행한다.

  오장환은 우연히 길에서 《시인부락》 시절 가까웠던 서정주를 비롯하여 민족진영의 ‘청년문학가동맹’ 단원들을 만나면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친일파라고 비난하는 등 자신의 선택에 의식적으로 단호함을 보였다. 그는 결국 1948년 2월 월북한다. 이후 1950년 한국전쟁 때 서울의 김광균을 찾아와 자신이 북에서 낸 시집 『붉은 깃발』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북으로 돌아간 이후 숙청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오장환 [吳章煥] - 시단의 천재 비운에 지다 (나는 문학이다, 2009.9.9, 나무이야기, 편집)

고향 앞에서

                       - 오장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잔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 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모든 문학은 대부분은 '없음'에서 출발한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은 잃고요... 이런 식이다. 만약에 신데렐라에게 부모님이 있었다면? 가장 먼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해야 하는 일 하나가, 이 '없음'을 찾는 것이다. 이 시에서는 무엇이 없을까. 고향이 없다. 그렇다면 시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왜 고향 앞에서 머뭇거릴까. 이것이 이 화자의 상황이다.

연결해서 보면 이 작품의 화자는 없는 고향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다. 그렇다면 왜 고향에 왔으며, 왜 애써 온 고향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의 심정은 어떨까. 이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태도'와 '정서'다. 태도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머뭇거림이다. 그리고 울듯한 마음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 부분을 보자. 화자는 장사꾼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집집마다 누룩 뜨는 냄새 나는 고향을 본 적 있느냐고. 그 고향은 바로 화자의 고향이다. 고향 앞에서 머뭇거리는 고향은 어쩌면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우리 고향 보셨어요? 그 고향 아세요?

머뭇거림은 그 고향이 이제 자신이 알고 있던 예전의 그 고향이 아닐 것이라는 절망에서 온다. 그렇다면 다시 정리.

예전의 고향이 없음에서 화자는 고향 앞에서 슬픔으로 망설이고 있는 모양새다. 특별한 표현은 감각이 두드러지고(내음새, 따뜻, 소리, 내음새) 다른 대상에 자신의 감정을 옮기고(감정이입, 잔나비) 있다. 이제 문제를 풀어보자. 이만한 정보로 알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문제를 이해하지(어휘)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에서 사용되는 어휘들은 일정하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 어휘들을 그냥 느낌으로 안다고 해서 지나치면 늘 모른다는 뜻이다. 다음에는 문제를 자세히 뜯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