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서야 그립다
화장실 문을 열었다가
모기의 얼굴과 마주했다
겁에 질린 쪽은 굶은 모기였다
붉은 수은주가 짧아지는 일기예보를
듣지 못한 모양이다
주파수 없는 비행은
어딘가로 안부조차 알리지 못하고
반지하 화장실에 한 웅큼 남은 온기에 기대
떠나간 붉은 사랑을 기다린다고 한다
거울에 앉은 모기는 거울을 본다
사랑보다 겨울이 먼저 입김처럼 보이는 사이
사라진 사랑에게
뭉개진 입으로
이제야 까만 온몸 드러낸다
바늘 같은 날갯짓 소리
가렵게 하고 그 자리
그립게 한다
갑자기 어제 받았던 그만 두자는 문자가
눈을 물어
자꾸 눈이 가려워지고 부어 오른다
긁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