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아픈 게 당연한 일인데도 병은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만큼 살다보니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갖 곳(몸의 그 어느 곳도 다 아플 수 있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 피부며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 아픈 곳이 많다. 병원에서는 아프면 차라리 다행이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런다. 아프지 않다가 나중에서야 알게 되면 그때는 손 쓸 수가 없는 상태라고. 그래서 아프다는 것을 좋다고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서는 아픔의 상태나 상황이 나이에 맞게 커지다 보니 스스로도 건강에 대해 가늠하기가 어렵다.
병은 어둠과 같다.
싫어하는 문명의 이기 중 하나는 냉장고다. 소인수 가족이 늘지만 냉장고는 커지고 성능은 좋아져서 식재료나 음식을 오래 두어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싱싱한 것들을 오래 묵혔다가 먹게 된다. 전기도 그렇다. 전기 중 어둠을 밝히는 것들은 어둠이 와도 쉽게 쉬거나 잠들지 못하도록 만든다. 병이 찾아 온다는 것은 좀 쉬라는 뜻일 테다. 그런데 어둠을 밝히는 불빛처럼 생계를 위한 직장인데도 생계를 위해서 쉬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병을 키우는 일이 되는 아이러니가 되고 만다.
다만 조금은 멈추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나의 욕망이나 삶의 지속적인 일들이. 살다가 휴지 기간을 두고 잠들었다가, 혹은 정지되었다가 2년이나 3년 뒤 깨어날 수 있도록 인생이 설계되지 않았으니, 살아 있는 한 사는 것이 맞을 텐데 조금은 오래도록 쉬고 싶은 마음이 또 불쑥 생기기도 한다.
밖에 비가 많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