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무일.
나와서 앉아 하루 종일 컴퓨터만 들여다 봤더니, 어지럽고 토가 나올 것만 같다.
이대로 일하면 이제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일하지만, 또 두고봐야 알 일이다.
날이 춥다.
아직도 빨리 어두워진다.
여섯 시가 되기도 전에 고양이 눈동자만큼의 어둠이 능청스럽게 찾아온다.
바람이 많다.
비가 올 거라고 말한다.
이제 하루가 끝나기 전에, 오늘을 적어둘까 하고 바쁘게 자판을 누르고 있다.
그닥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오늘도 스스로에 대해 기대를 저버릴 만한 행동을 하고는
지금은 그런 것들이 기억에서조차 멀어질 만큼의 허기에 더 골몰하다.
그래서 점심을 조금 먹었다.
산다는 것.
옷에서 긴 실이 풀린 것을 발견하고 무심코 잡아 들었는데,
길게 길게 풀리는 실을 붙잡고 황당해 하는 모양처럼
언젠가는 많은 일들이 그런 식으로, 아주 짧은 동안 나를 당황케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