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하는 곳 언덕 뒤편에 조그만 텃밭이 있다.
사실 밭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그 크기는 상관없이 일은 많아지게 되어 있다.
내가 관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가서 삽질을 한다.
날이 너무 따듯하고 마음은 심란하고
뭔가 정리해야만 하는 일이 있음 좋겠다 싶어서 텃밭 고랑을 넓히고 정리를 했다.
삽질이라니.
언젠가부터 삽질이 못난 짓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앞부분에 병신이라는 단어가 빠져있지만, 그냥 삽질이라고 해도 엉성한 일, 바보스런 일 등으로 통용된다.
난 오늘 삽질을 했다.
마음이 안 좋다가 조금 나아졌다.
곧 바깥 날씨와 달리 어두워지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오전에 나를 짜증나게 했던 일..
난 어리숙해서 남의 일과 나의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거나 물으면 내가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침에 그 누군가가 나에게 단순하고 무식한 우리 부서 일을 부탁했고 나는 그 일을 내가 처리했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쓸데없이 깨닫게 되었고 작업 중 짜증이 났다. 어리숙함이 지속되어서 내가 할 일과 남이 할 일을 계속 구분하지 못하거나 내가 하면 되는 일로 여기면 될 것을,,,, 점점 그런 일이 많아진다. 이건 내 일이 아닌데,,, 그러면서 하게 되는 일들. 지쳤나 보다.
덧붙이면 이런 경우도 있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적인 업무 전달을 하는데, 나는 안 해도 되지? 이렇게 말들을 한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친한 경우가 많다. 친분이 없는 경우는 조용히 안 하거나, 그냥 하거나.. 그런데 내 생각에 더 잘 해주리라 믿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렇게 말들을 한다. 그럴 때 느끼는 씁쓸함이란. 그것도 예전에는 농담으로 받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넌 두 개 해줘... 뭐, 이런 식. 지금은 그게 잘 안 된다.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