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왔었다.
자기 말로는 10년만에 보는 얼굴이라는데, 난 그렇게 오래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술이 등을 떠밀어 찾아왔을 덴데, 어색하지는 않았다.
새벽이 다 된 시간에서야 나를 찾았고
그 친구가 하는 모든 말은 문법적이지 못했다.
나는 주로 듣는 쪽이었다.
친구는 나를 질책했다.
사람 잃고 살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나는 잃은 적이 없다. 그냥 살고 있을 뿐이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은 거짓이다.
그러니까 나는 그들을 생각하는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손발을 차가워졌고
시간은 더 흘러갔고 아파트 벤치에 앉아서 옛날 노래도 몇 개 들었다.
알란 파슨스의 노래도 들었고 김민기의 노래도 들었다.
렛잇그로우도 들었다.
너무 추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