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숲은 나무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 아니다
푸른 소리 나는 곳이 아니다
숲은 나무끼리 부딪쳐 바람을 만들고 소리를 만들고
물을 짜내고
사람을 부르는 곳이다
숲에는 길이 없다
숲에는 만들어진 것이 없다
숨는 것들이 없다
놓아 두어도 살아 가고 자라고 시들고 욕심 없이
크지 않고 저들끼리 깊어진다
어쩌면 사랑도 그럴 일이다
어울리는 것이 아니고
가지 않고 오지 않아도 길이 없어도
옅은 소리 낮은 냄새 있을 것이다
있음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