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지만 녹는
눈사람이 성냥을 켠다 그럴 용기 정도는 있다
아저씨 성냥 하나만 사주세요 내 안에 어둠이 있어요 돌아갈 다리가 없어요 따뜻하고 싶어요
눈사람은 자꾸 성냥을 나뭇가지팔로 그었다
이유 없는 발길질과 아픈 햇볕에 금세 뭉그러지겠지만
봄을 보고 싶었던 눈사람은 남은 성냥 한 개비를 켜고
짧은 생을 비뚤어진 입으로 웃었을까
귀한 성냥이 팔릴 리가 없지 사람들은 이제 성냥을 기억하지 못해 다만 눈송이같은 마음으로 녹아 내려야지
떨어진 머리 마른 나뭇가지팔 돌멩이단추로 남은 자리
눈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얼마나 행복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