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모든 것은 그대 쪽을 향한다.
기형도.
기형도의 시를 읽었을 때의 느낌은 뭐랄까.
늘 된장국만 먹던 놈이 스튜를 먹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느낌이었을까.
시 참 잘 쓴다라는 느낌이 다시 들었다. 그 느낌은 서정주 시 이후 몇 번 되지 않는다.
사실 그 전에 난 김수영을 시인으로 생각했다.
김수영은 우울하지만 새까만 밝은 색의 어둠이었다. 항상 고민이 있을 때면 김수영의 산문집을 읽었다.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예의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기형도를 처음 만났을 때는 희미하지만 두꺼운 어둠이었고
바람이 조금 불었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기형도는 놀라웠다.
백석과 김수영이 같이 온 것이었다.
그런 기형도의 시 중에 바람은 그대쪽으로,라는 시가 있다.
난 이 짧은 제목 한 마디를 좋아한다.
바람은 그대 쪽으로
그대 쪽으로 모든 것이 불어가고 모이고 향한다. 바람은 그대쪽으로, 이런 시 제목 정말 좋다.
참 잘 쓴다.
바람은 그대 쪽으로, 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그리움, 나의 위치, 그림, 시간, 의미들.
그 중에 난 여기 있어, 대신 해질 무렵 바람을 보낼게, 라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아 좋다.
바람은 그대 쪽으로.